테마
06. 무엇을 과세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지난 이야기 — 조세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럼 무엇을 기준으로 얼마를 매길까요.
이번 질문 — 머릿수·재산·소득·소비 — 무엇에 세금을 붙일 것인가.
2부 · 2/3 · 약 4분 · 다음 07
2-2. 무엇을 과세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섞는 문제
밖에서 잴 수 있으면서 세금 낼 능력과 관계있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세금 낼 능력을 담세력(擔稅力)이라고 합니다. 세금을 짊어질 힘이라는 뜻입니다.
후보는 넷입니다.
| 후보 | 재기 쉬운가 (A4·A5) | 능력을 반영하나 (A6) | 지금 어디에 |
|---|---|---|---|
| 머릿수 | 가장 쉽다 | 전혀 | 거의 사라짐 |
| 재산 | 등기·등록된 건 쉽다 | 어느 정도 | 재산세·종합부동산세·상속증여세 |
| 소득 | 가장 어렵다 | 가장 잘 반영 | 소득세·법인세 — 주력 |
| 소비 | 거래하는 지점에서 잡힌다 | 간접적 | 부가가치세 — 주력 |
중요한 건 여기서 하나를 고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어느 나라도 하나만 쓰지 않습니다. 진짜 질문은 "무엇을 고를까"가 아니라 **"왜 이렇게 섞었나"**입니다.
머릿수는 왜 죽었나
재는 비용이 가장 쌉니다(A5「알아내는 데 돈 든다」에 최적). 그런데 못 내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걷힙니다 — A6「능력에 비례해야」 정면 위반이죠.
그리고 A6「능력에 비례해야」를 위반하면 저항이 커지고, 저항이 커지면 집행 비용이 다시 올라갑니다. A5「알아내는 데 돈 든다」로 이겨놓고 A6로 져서 결국 A5로 지는 구조입니다.
재산은 왜 주력이 못 되나
기각된 게 아닙니다.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남습니다. 다만 주력이 못 되는 이유가 둘입니다.
- 재산은 있는데 현금이 없을 수 있습니다. 집 한 채 가진 은퇴자가 세금 때문에 집을 팔아야 하는 제도는 오래 못 갑니다
- 드러난 재산만 과세 대상이 됩니다. 등기·등록되는 건 잡히지만 그렇지 않은 건 안 잡힙니다. 자동차처럼 등록되는 것도 있지만 별도 세금(자동차세)으로 빠져 있어서, 보유세의 본체는 부동산에 쏠립니다
소득은 능력을 가장 잘 반영하는데 가장 안 보입니다
소득은 밖에서 안 보입니다. 그래서 소득세를 주력으로 삼기로 한 순간 이 글의 5·6·8·9부 전체가 예약됩니다. 신고 제도, 증빙 제도, 장부 제도, 징수 제도가 전부 "소득을 어떻게든 재보려는" 장치입니다.
소비는 보기 쉬운데 공평하지 않습니다
거래하는 지점에 관측 장치를 놓을 수 있습니다. 대신 저소득층이 소득 대비 더 많이 소비하니 상대적으로 불리합니다.
이렇게 소득이 적은 사람이 비율로 따지면 더 부담하게 되는 성질을 역진적(逆進的)이라고 합니다. 누진(累進, 소득이 클수록 세율이 올라감)의 반대말입니다.
★ 그래서 섞습니다.
소득세가 A6(공평)를 담당하고, 소비세가 A4「나라는 못 본다」의 구멍을 메웁니다. 소득을 숨기는 데 성공한 사람도 쓸 때는 걸립니다. 두 축이 서로의 약점을 덮어줍니다.
▣ 선택: 이 배합은 필연이 아닙니다. 미국 연방정부에는 부가가치세가 없습니다 — 주·지방 단위의 소매판매세가 있을 뿐이고, 그마저 없는 주가 다섯입니다. 한국이 1977년에 부가가치세를 도입한 것도 논리적 귀결이 아니라 당시 여덟 개 안팎으로 난립하던 간접세를 하나로 통합하고 수출을 지원하려는 정책 결정이었습니다.
⊘ 지우기 시험: 소비세를 지우면? 소득 그물의 구멍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소득세를 지우면? 능력에 따라 낸다는 원칙이 사라집니다.
▶ 무엇을 과세 대상으로 삼을지 정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내는지가 아직입니다. 소득은 사람에게 생기는데, 회사도 돈을 법니다.
여기까지
- 진짜 질문은 '무엇을 고를까'가 아니라 **'왜 이렇게 섞었나'**입니다
- 소득은 능력을 가장 잘 반영하는데 가장 안 보입니다. 소득세를 주력으로 삼는 순간 5·6·8·9부가 전부 예약됩니다
- 소비세는 보기 쉬운 대신 역진적입니다. 소득을 숨긴 사람도 쓸 때는 걸립니다 — 두 축이 서로의 약점을 덮습니다
▶ 다음 — 07. 회사, 그리고 국경
회사를 따로 과세할 것인가. 그리고 어디까지가 우리 몫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