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36. 두 계보의 대응, 그리고 시가라는 벽
지난 이야기 — 법대로와 실질대로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나라는 어떻게 대응하나요.
이번 질문 — 실질과세와 부인규정은 어떻게 다르고, 부인규정이 서려면 무엇이 먼저 필요한가.
10부 · 2/4 · 약 6분 · 다음 37
10-3. 두 계보의 대응
나라가 이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이 두 가지 계보로 있습니다. 흔히 하나에서 다른 하나가 나왔다고 설명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성격이 다른 두 장치입니다.
계보 1 — 사실을 실질대로 봅니다 (실질과세)
명의가 아니라 실질, 형식이 아니라 내용대로 판단합니다. 이건 새 세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실을 인정하는 원칙입니다. "이 소득은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지배·관리한 사람의 것이다"처럼요.
계보 2 — 특정 상황에서 계산을 다시 합니다 (부인규정)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비정상적인 조건으로 거래하면, 그 계산을 부인하고 정상적인 조건이었다면 어땠을지로 다시 계산합니다.
이건 사실 인정이 아니라 법이 정한 의제입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세금 계산은 이렇게 한다"고 법이 따로 정하는 거죠.
부당행위계산부인(不當行爲計算否認) — 부당한 행위·계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의 정식 명칭입니다.
★ 둘의 차이가 중요합니다. 실질과세는 "진짜 사실이 무엇인가"를 다투는 것이고, 부인규정은 "사실은 그렇지만 세금은 이렇게 계산한다"고 법이 정해둔 것입니다. 앞의 것은 다툼의 여지가 크고, 뒤의 것은 요건만 맞으면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 경계가 흐린 조문이 하나 있습니다. 국세기본법 §14 제3항(2007년 신설)은 여러 단계를 거친 거래를 하나로 다시 짭니다. 이건 사실 인정을 넘어서죠. 이게 일반적인 회피 부인 규정인지는 지금도 학설이 갈립니다 — 깔끔한 이분법이 이 조문에서 겹칩니다.
10-4. 부인규정이 성립하려면 두 개념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비정상적인 조건이면 정상 조건으로 다시 계산한다"는 말을 성립시키려면 두 가지를 먼저 정의해야 합니다.
개념 1 — 누구와 누구 사이인가 (특수관계)
아무 거래나 다시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정상 조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관계에서만 문제가 되죠.
남남끼리 거래하면 서로 자기 이익을 지키므로 가격이 저절로 맞춰진다
→ 그런데 한쪽이 다른 쪽을 지배하거나, 이해가 일치하면
→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 그러면 소득을 원하는 쪽으로 옮길 수 있다
→ ★ 그래서 "조건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관계"를 법으로 정의한다특수관계인(特殊關係人) — 친족, 지배하는 법인, 임원 등 거래 조건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사이로 법이 열거한 사람들입니다.
3-2「누진」이 여기서 일부 회수됩니다. 개인 사이에서 소득을 옮기는 유인은 누진 때문에 생기니까요. 어차피 세율이 같으면 옮길 이유가 없죠.
⚠ 다만 누진이 유일한 원인은 아닙니다. 소득을 옮길 이유는 여러 갈래입니다 — 개인과 법인의 세율 차이, 손해 난 법인으로 옮기기, 비과세·감면 대상으로 옮기기, 과세를 미루기, 그리고 나라마다 다른 세율(▶ 10-6「국제조세」의 이전가격이 바로 이것입니다. 각국 법인세는 대체로 세율이 하나라 누진과 무관합니다).
진짜 뿌리는 A3(덜 내려 한다) + 세율·과세방식의 차이이고, 누진은 그중 한 갈래를 설명합니다. 가지급금 인정이자가 좋은 반례입니다 — 이미 최고세율 구간이라 누진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 대표이사에게도 인정이자는 그대로 붙습니다. 목적이 세율 차이를 막는 게 아니라 법인 자금이 공짜로 빠져나가는 것 자체를 막는 것이기 때문이죠.
개념 2 — 정상 조건이 얼마인가 (시가)
이게 훨씬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 여러 번 미뤄온 문제죠.
- 5-2「신고납세가 안 되는 것」에서 상속·증여를 나라가 계산하는 이유가 "금액이 평가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 6-5「의미는 안 찍힌다」의 4번에서 "가격이 적정한지는 안 보인다"고 했고요
- 7-5「면세와 영세율」에서 나라 사이 거래의 가격 문제를 예고했습니다
전부 같은 문제입니다. 거래가 없거나 못 믿을 때, 금액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세금을 매기려면 금액이 있어야 하죠.
그래서 만들어냅니다. 후보가 셋입니다.
| 후보 | 장점 | 문제 |
|---|---|---|
| 시장가격 | 최선입니다 | 대부분의 자산에 시장이 없습니다 (비상장주식, 특수한 부동산) |
| 감정평가 | 전문가가 매깁니다 | 비용이 들고, 감정인마다 다릅니다 |
| 법이 정한 계산식 | 공평하고 예측 가능합니다 | 실제 가치와 벌어집니다 |
법은 순서를 정합니다 — 시장가격이 있으면 그것, 없으면 비슷한 사례, 그것도 없으면 법이 정한 계산식.
★★ 그런데 여기서 구조적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법이 정한 계산식이 실제 시장가보다 낮으면, 그 자산을 통해 재산을 물려주는 게 유리해집니다. 법이 정한 값으로 세금을 내고 실제로는 더 비싼 것을 넘기는 거죠.
그래서 나라가 대응하고(감정평가 확대 등), 다시 새 방법이 나오고, 술래잡기가 이어집니다.
이 다툼은 원리적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가격은 사실이 아니라 의견이기 때문입니다.
★★★ 13부「자동화의 한계」가 여기서 확정됩니다. 6-5「의미는 안 찍힌다」에서 "의미는 데이터에 안 찍힌다"고 했는데, 시가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쁩니다. 의미조차 아니고 규범입니다. 답이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중에 세무서와 법원이 정합니다.
여기까지
- 실질과세는 사실 인정, 부인규정은 법이 정한 의제입니다 — 앞은 다툼의 여지가 크고 뒤는 요건만 맞으면 자동입니다
- 부인규정에는 두 개념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 특수관계와 시가
- ★★★ 시가는 의미조차 아니고 규범입니다. 답이 아직 세상에 없고 나중에 세무서와 법원이 정합니다 — 13부 자동화 한계가 여기서 확정됩니다
▶ 다음 — 37. 회사 돈을 그냥 꺼내면 — 가지급금
법인으로 하면 유리한데, 그 대가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