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14. 미루는 것만으로도 이득입니다
지난 이야기 — 3부가 남긴 숙제 — 수입과 비용이 다른 시점에 흩어져 있는데, 어느 해 칸에 넣을지 규칙이 없습니다.
이번 질문 — 시점이 왜 싸움거리이고, 큰 갈래는 무엇인가.
4부 · 1/2 · 약 3분 · 다음 15
4-1. 미루는 것만으로도 이득입니다
규칙을 만들기 전에 왜 이게 싸움거리인지부터 봐야 합니다.
세금을 1년 미루면 그 1년 동안 그 돈을 굴릴 수 있습니다. 세금을 미루는 건 나라에서 받는 무이자 대출입니다. 세율이 그대로여도 미루기만 하면 이득이죠.
과세이연(課稅移延) — 과세 시점을 뒤로 미룬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A3「덜 내려 한다」가 여기서 정확히 작동합니다.
납세자는 항상 늦추려 한다 ↔ 나라는 항상 당기려 한다★ 이 긴장 하나가 이 글의 여러 부를 관통합니다.
4부(시점을 누가 정하나) · 9부(왜 미리 걷나) · 8부(감가상각 기간을 왜 법이 정하나) · 6부(추정의 방향). 앞으로 "왜 이걸 납세자가 못 고르게 하지?" 싶은 규정을 만나면 대개 이것입니다.
4-2. 후보는 둘이고, 그다음이 진짜 문제입니다
큰 갈래는 둘뿐입니다.
| 현금기준 | 발생기준 | |
|---|---|---|
| 언제로 보나 | 돈이 움직인 때 | 경제적으로 사건이 일어난 때 |
| 관측 (A4) | 쉽습니다. 통장에 찍히니까요 | 어렵습니다 |
| 조작 (A3) | 가장 쉽습니다. 입금을 미루면 세금이 미뤄집니다 | 어렵습니다 |
| 공평 (A6) | 실제 성과와 어긋납니다 | 실질에 맞습니다 |
현금기준(現金基準) — 돈이 실제로 오간 날을 기준으로 삼는 방식. 발생기준(發生基準) — 돈과 무관하게 일이 일어난 날을 기준으로 삼는 방식.
3-1「매출인가 이익인가」에서 비용을 걸러낸 금액을 과세 대상으로 삼기로 했으니 현금기준은 쓰기 어렵습니다. 외상이 있는 사업에서 현금기준을 쓰면 "12월에 받지 말고 1월에 받으세요"가 곧 절세가 되니까요.
그래서 발생기준을 고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문제가 시작됩니다.
"일이 일어났다"는 게 언제인가요.
계약한 날인가요, 물건을 넘긴 날인가요, 상대가 검수한 날인가요, 청구서를 보낸 날인가요. 이 두 번째 질문에서 나라마다 답이 갈렸습니다.
- 한국·일본 계열 — 권리와 의무가 법적으로 확정된 때를 봅니다. 계약·인도처럼 다툼 없는 사건에 붙이죠
- 미국 — 모든 사건이 일어나고 금액이 합리적으로 확정될 수 있는 때(all events test). 비용 쪽에는 실제로 이행했느냐는 요건이 하나 더 붙습니다
- 회계기준(IFRS) — 통제가 넘어간 때를 봅니다
▣ 선택: 한국이 권리확정 방식을 쓰는 건 논리적 필연이 아니라 일본을 거쳐 들어온 법 계보 때문입니다. "다툼 없는 기준점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어디나 같지만, 그 답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 여기서 회계와 세무가 처음 갈라집니다.
회계는 투자자·은행 같은 이해관계자에게 실상을 알리는 게 목적이라 **"실질"**을 봅니다. 세법은 걷고 다툼을 끝내는 게 목적이라 **"확정"**을 봅니다.
목적이 다르니 기준이 다르고, 기준이 다르니 숫자가 다릅니다. 두 숫자가 다른 건 오류가 아니라 설계입니다. ▶ 8부「어떻게 계산하나」가 이 간극을 메우는 작업을 다룹니다.
여기까지
- 세금을 미루는 건 나라에서 받는 무이자 대출입니다. 세율이 그대로여도 미루기만 하면 이득이죠
- 현금기준은 조작이 너무 쉬워서 못 씁니다. 그래서 발생기준을 고르는데, '일이 일어났다'가 언제인지에서 나라마다 답이 갈렸습니다
- ★ 여기서 회계와 세무가 처음 갈라집니다 — 회계는 실질을, 세법은 확정을 봅니다
▶ 다음 — 15. 그래서 한 거래가 네 얼굴을 갖습니다
세금마다 시점이 왜 다르고, 그 어긋남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