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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무엇이 있어야 과세할 수 있나 — 실현주의

지난 이야기 — 소득을 종류별로 나눴습니다. 그런데 아직 안 판 부동산이 10억 올랐다면요?

이번 질문 — 값이 올랐다는 것만으로 세금을 매길 수 있는가.

3부 · 5/6 · 약 3분 · 다음 13


3-6. 무엇이 있어야 과세 대상으로 삼을 수 있나 — 실현주의

부동산이 10억 올랐습니다. 담세력이 늘었죠. 그런데 여기엔 세금을 매기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A6「능력에 비례해야」만 따지면 매겨야 합니다. 매기지 않는 이유가 셋입니다.

  1. 평가에 비용이 들고 다툼이 안 끝납니다 (A5「알아내는 데 돈 든다」). 안 판 물건의 값은 사실이 아니라 의견입니다
  2. 팔지 않았으니 낼 현금이 없습니다. 2-2「무엇에 세금을 매기나」에서 재산세가 주력이 못 된 이유와 같죠
  3. 값이 내리면 돌려줘야 합니다. 나라가 시장 위험을 나눠 갖게 됩니다

그래서 거래라는, 눈에 보이고 다툼 없는 사건까지 기다립니다.

실현(實現) — 실제로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값이 올랐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팔아서 손에 쥐어야 세금을 매긴다는 원칙을 실현주의라고 합니다.

아직 안 판 상태의 이익은 미실현이득(未實現利得)이라고 부릅니다.

선택: 실현을 기다리는 건 필연이 아닙니다.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부과되는 세금(재산세·종합부동산세)이 이미 미실현이득을 과세 대상으로 삼고 있고, 특정 자산에 시가 평가를 강제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실현주의는 원칙이라기보다 평가 비용이 감당되는 곳에서만 뚫리는 기본값입니다.

대가가 셋입니다.

  • 안 팔면 영원히 과세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산을 계속 들고 있는 게 유리해집니다 (동결 효과)
  • 파는 시점을 납세자가 고릅니다 — A3「덜 내려 한다」가 여기서 작동합니다
  • 오래 묵힌 이익이 한 해에 터집니다 ▶ 3-2「누진」의 부작용 2가 여기서 확정됩니다

예외를 뚫는 자리들

보유만으로 부과되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 펀드가 보유한 자산의 시가 평가, 의제배당. "기다리면 영영 못 매기는" 상황을 막는 장치들입니다.

반대 방향의 증거가 더 강합니다.

한국 법인세법은 일반 회사가 보유한 주식에 시가 평가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회계는 값이 오르내린 걸 잡지만 세법은 산 값으로 되돌립니다 — ▶ 8부「어떻게 계산하나」 세무조정의 대표 사례입니다. 실현주의가 얼마나 강하게 지켜지는지를 보여주죠.

상속은 예외가 아니라 더 이상한 자리입니다.

상속받은 자산은 상속 시점의 값으로 취득가액이 새로 잡힙니다. 그래서 돌아가신 분이 평생 쌓은 미실현이득은 양도소득세 세계에서 그냥 사라집니다. 대신 그 시점 가치 전체가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됩니다.

한국은 실현주의를 뚫는 대신 다른 세금에 넘기는 셈입니다. ▣ 선택: 사망 시점에 판 것으로 쳐서 소득세로 정산하는 나라(캐나다)도 있습니다.

지우기 시험: 실현주의를 지우면? 매년 전 국민의 전 재산을 평가해야 합니다. 그 비용이 세수를 넘습니다.


여기까지

  • 안 매기는 이유 셋 — 평가 비용, 낼 현금 없음, 값 내리면 돌려줘야 함. 그래서 거래라는 사건까지 기다립니다
  • 실현주의는 원칙이라기보다 평가 비용이 감당되는 곳에서만 뚫리는 기본값입니다(재산세·종부세가 이미 뚫었죠)
  • 대가 셋 — 동결 효과, 파는 시점을 납세자가 고름, 오래 묵힌 이익이 한 해에 터짐

▶ 다음13. 안 걷는 것도 걷는 장치입니다 — 조세지출

왜 세법에 안 걷는 조항이 그렇게 많은가.

원리 축의 글입니다. 값(세율·기한·금액)은 반드시 원문 법령으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