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02. 아홉 개의 출발점 ② 사람과 앎의 자리
지난 이야기 — A1「스스로 못 번다」·A2「법에 미리 있어야」로 걷을 자격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나라가 무엇을 볼 수 있는지는 아직입니다.
이번 질문 — 세금을 내는 사람은 어떻게 행동하고, 나라는 무엇을 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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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자리
A3 「덜 내려 한다」 — 사람은 자기 것을 덜 내놓으려 합니다
도덕의 문제가 아닙니다. 합리적인 행동입니다. 세금을 줄이려는 건 비용을 줄이려는 것과 같은 종류이고, 대부분의 경우 완전히 합법입니다.
이걸 도덕으로 읽으면 설계를 틀립니다. "사람들이 정직하면 되는데"는 설계가 아닙니다. 제도는 모두가 자기 이익을 따를 것을 전제하고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세법의 거의 모든 규정 뒤에 **"그러면 이렇게 빠져나가려 하겠지"**라는 예상이 붙어 있습니다. 규정이 복잡한 건 그 예상이 쌓인 결과입니다.
★ 이건 양방향으로 씁니다.
규정을 읽을 때 "이걸 어떻게 우회할까"를 같이 생각하면, 그 규정 옆에 왜 다른 규정이 붙어 있는지가 보입니다. 세법 조문이 무리지어 다니는 이유입니다.
앎의 자리
A4 「나라는 못 본다」 — 경제활동 정보는 납세자 쪽에 쏠려 있습니다
흔히 "나라는 볼 수 없다"고 말하는데 그건 너무 셉니다. 정확히는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겁니다.
납세자는 자기 거래를 전부 알고, 나라는 일부만 압니다. 그리고 그 일부는 남이 알려준 것입니다.
이렇게 한쪽은 알고 한쪽은 모르는 상태를 정보 비대칭(非對稱, 아닐 비·대할 대·저울 칭 —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나라는 보는 일을 남에게 시킵니다. 본인에게 신고하게 하고, 거래 상대에게도 신고하게 하고, 돈 주는 사람에게 떼게 합니다. 이 글에 나오는 의무의 대부분이 "나라 대신 관찰하라"는 의무입니다.
그리고 이 기울기는 줄어듭니다. 전자세금계산서·현금영수증·카드가 퍼지면서 나라가 직접 보는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A4「나라는 못 본다」가 사라지진 않지만 경계선이 이동합니다. 13부「자동화의 한계」에서 소프트웨어의 자리를 정하는 게 이 경계선입니다.
A5 「알아내는 데 돈 든다」 — 알아내고 집행하는 데는 비용이 듭니다
A4「나라는 못 본다」와 다릅니다. A4는 "누가 아는가"이고, A5「알아내는 데 돈 든다」는 "확인하는 데 얼마 드는가"입니다. 정보 비대칭이 풀려도 A5는 남습니다.
증거가 있습니다. 전자세금계산서 덕에 국세청은 이제 사업자끼리의 거래를 대부분 실시간으로 봅니다(A4「나라는 못 본다」가 상당히 해소). 그런데 그 전부를 사람이 검토하는 건 여전히 불가능합니다(A5「알아내는 데 돈 든다」는 그대로). 그래서 세무조사는 지금도 표본입니다.
이 비용은 양쪽에 걸립니다.
- 나라의 집행 비용 — 조사하고 검증하고 추적하는 데 드는 것
- 납세자의 협력 비용 — 장부 쓰고 증빙 챙기고 신고서 만드는 시간
두 번째가 특히 중요합니다.
협력비용(協力費用) — 세금을 내기 위해 납세자가 쓰는 시간·돈·품입니다. 세금 자체와는 별개로 드는 비용이죠.
협력비용이 너무 크면 제도 자체가 작동을 멈춥니다. 작은 사업자에게 대기업과 같은 의무를 지우면 그냥 안 지킵니다. 세법에 예외와 간소화가 쏟아지는 뿌리가 여기입니다.
⚠ A5「알아내는 데 돈 든다」는 만능 설명이 되기 쉽습니다.
어떤 제도든 "비용 때문"으로 나중에 갖다 붙일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쓰면 A5「알아내는 데 돈 든다」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게 됩니다.
이 글은 A5「알아내는 데 돈 든다」로 설명하려는 자리마다 **"그럼 비용을 더 써서 정확하게 하면 되지 않나"**에 답이 되는지 확인하고, 안 되면 다른 출발점을 찾습니다. 예를 들어 시효는 A5가 아니라 A8「언젠가 끝나야」에서 나옵니다.
여기까지
- A3「덜 내려 한다」 — 도덕이 아니라 합리적 행동입니다. 제도는 모두가 자기 이익을 따를 것을 전제로 만들어야 합니다
- A4「나라는 못 본다」 — 정보가 납세자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그래서 나라는 보는 일을 남에게 시킵니다
- A5「알아내는 데 돈 든다」 — A4가 풀려도 남습니다. 납세자 쪽 비용(협력비용)이 특히 중요합니다
▶ 다음 — 03. 아홉 개의 출발점 ③ 가치와 시간의 자리
어떻게 나누는 게 옳고, 법과 현실의 시차는 어떻게 다루는가.